2013년 11월 8일 금요일

“PD가 혼자서 모든 걸 다 결정하나? 그건 아니다

코리아 매거진 강철호

최근 진행자 교체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던 ‘진품명품’ 제작진을 비롯한 PD들이 “제작 자율성 침해”라며 집단 반발한 것에 대해 KBS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리아 매거진측과의 통화에서 “제작 자율성을 빌미로 한 자기 밥그릇 지키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PD가 혼자서 모든 걸 다 결정하나? 그건 아니다. 회사의 방침도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KBS 기자와 PD들은 일종의 프로그램 제작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사람들이 회사의 방침은 아랑곳없이 자신들 판단, 자기 신념과 기준이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며 “프로그램을 만들 때 회사의 입장도 있고, 다른 직종 스텝들의 사정도 있는 것이다. 가령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원칙에 맞게 인력을 배정해도 해당 PD가 ‘그 카메라맨은 안 된다’ ‘그 아나운서가 아니면 안 된다’ 이러는 거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놀고만 있으라는 소린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진품명품’ 제작진은 사측이 프로그램 진행자인 윤인구 아나운서를 김동우 아나운서로 바꾸는 것을 놓고 ‘낙하산 MC’라며 마찰을 빚어왔다. 제작진은 이를 ‘제작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한 반면 사측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KBS MC 선정 체계인 MC조정회의에 참여했던 아나운서실 김흥수 실장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아나운서실에는 백 명이 넘는 아나운서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떻든 능력에 맞게 골고루 프로그램을 배정하는 것은 실장으로서의 의무요 책임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개편 때만 되면 제작진에서는 소위 인기 많고 인지도가 높은 아나운서들만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일부에게만 프로그램이 편중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되는 게 현실”이라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안타까운 현상 중 하나는 연차가 높은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저로서는 중견 인력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대목”이라며 “그동안 이루어진 MC조정회의에서도 누차 중견 아나운서들을 많이 기용해달라고 제작 부서에 요청해왔으며 이번 <TV진품명품> MC선정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에 MC조정회의에서 <TV진품명품> MC로 중견 아나운서를 기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논의가 이루어졌을 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견 검토를 했고 MC조정회의에서 그같이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사실관계를 적극 해명했다. 백 명이 넘는 KBS 아나운서 가운데서도 몇 몇 아나운서에만 프로그램이 몰리는 비효율성과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KBS에 있는 백 명이 넘는 아나운서 양극화 심해, 4년 진행한 윤인구 교체가 부당한가?”

KBS 관계자는 이어 윤인구 아나운서 교체와 관련해서도 “윤인구 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다. 4년이나 진행했는데 뭐가 부당한가? 그는 다른 프로그램도 맡고 있다”고 했다. 윤 아나운서는 현재 KBS의 대표적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침마당>도 진행하고 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다른 직종 KBS 직원들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기들 주장만 관철시키려하고 다른 직종 사람들의 입장 따위는 고려하지 않으려기 때문에 ‘그럼 우리들은 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PD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결정한 건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는 거다. 내가 선정하고 이 방향으로 가고자 하니, 회사도 그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방송을 하든 김정은 방송을 하던 회사는 간섭하지 말고 PD들이 다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라며“그게 이번 진품명품 사태 파문의 갈등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진행자 교체 갈등을 빚은 KBS 1TV <진품명품>

백항규 교양문화국장 “자기편 아닌 한 사람의 모습 유린한 본부노조에 망조 분위기 느낀다”

한편 <진품명품> 제작진을 비롯해 언론노조 KBS본부가 ‘낙하산 MC’라며 끝까지 반대했던 김동우 아나운서는 지난 달 21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호소하면서 “본부노조 집행부 후배님, 저에게 인륜을 거스르는 큰 실수를 한 김창범 PD가 본부노조 열성 조합원이라고 그분을 옹호하기 위해 저를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가. 비노조원인 저는 후배들을 대할 때 출신 조합 안 따진다. 바른 후배는 칭찬했고 잘못된 것은 타이르곤 했다”면서 “저는 원칙론자다. 오늘 본부노조의 글 중에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지난 주 수요일 저녁 [TV쇼 진품명품] 제작진에게 교양문화국장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황당한 MC 교체 통보를 지시했다’면서 사측을 비난한 뒤 김동우 아나운서에 대해서도 심야 추태와 성추문 등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김 아나운서는 추문에 대해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사실이 아니라며 “저는 87년 1월 1일 입사 이후 콜 싸인 하나 빼먹지 않았고 주의서 하나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KBS본부 노조가 비난한 백항규 교양문화국장 역시 같은 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저에게 단 한 번의 확인도 하지 않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글을)올릴 수 있는 본부노조의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며 김동우 아나운서의 MC선정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한 쪽의 일방적인 의견을 올려 마치 사실인양 호도하는, 자기편이 아닌 한 사람의 모습을 유린하는 본부노조의 모습에서 본부노조가 성명서의 맨 위에 언급한 망조의 분위기를 느낀다. 망조는 벼랑의 한 극단에서 발생한다”고 유감과 함께 뼈있는 반박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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